황예숙은 뜨거운 여자다.
불로써 흙을 다루는 도예가이자 불의 전사이다.
왜일까?
그녀가 1,250도의 불로 빚어낸 작품들을 보면 안다.
그녀의 도자 의자는
단순한 의자가 아니다.
의자의 실용적 의미를 넘어, 유머와 노란 드레스의 부드럽고 따듯한 여성성과 힌두교의 남근석인 링가와 같은 수컷의 이미지가 의자의 형태에 혼재된 것으로 보인다.
그녀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무의식에 깔려있던 원시적 흙의 욕망이 불을 만나 용암처럼 분출되어 굳어진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모성의 자궁과 남근석의 양기가 함께 한 자웅동체로서 불속에서 완성된 흙과 유약의 結晶.
1,250도의 고화도에서부터 1,100도까지 소성 후 식히고 칠하고 그라인더로 유약 층을 깎아 내어 시유한 후, 또다시 굽고 식히고 칠 하는 과정을 4번 이상에 걸쳐 반복하며 구워냈다.
그래선지
8~900도의 저화 도자에서 흔히 보이듯 유약의 칼러가 들떠 보이지 않고
원색임에도 착 가라앉아서 다층적인 칠의 효과가 회화적으로 보인다.
사실 도자기는 열과 습도에 민감하기에 원하는 색과 형태로 구워내기가 힘든 작업이다.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오가며 흙과 불의 성질을 장악하고 각고의 인내와 고도의 감각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더구나 황예숙 도자 의자의 크기와 무게는 일반적인 도자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거친 질박함과 그 무게마저 세련된 유약 처리와 조형미학으로 투박하지 않고 안정감 있게 황예숙만의 독창적인 도자로 빚어진 의자 조형이다.
그래서 나는 황예숙이 불보다 뜨거운, 불을 다룰 줄 아는 도예가,
불의 전사가 아닌가 싶다.
- 글 조각가 박상희 -